전체 37

따라지

김유정 | 올벗 | 1,000원 구매
0 0 303 4 0 6 2018-09-16
이것은 아키코가 안채의 기맥을 정탐하는 썩 필요한 구멍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 나절에는 재미스러운 연극을 보는 한 요지경도 된다. 어느 때에는 영애와 같이 나란히 누워서 베개를 베고 하나 한 구멍씩 맡아 가지고 구경을 한다. 왜냐면 다섯점 반쯤 되면 완전히 히스테리인 톨스토이의 누님이 공장에서 나오는 까닭이었다.-본문 중에서

계집하인

나도향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17 5 0 13 2018-09-16
그날로 양천집이 왔다. 오고 본즉 주인 아내도 유쾌치 못할 만치 흉한 얼굴을 가졌다. 한쪽 얼굴이 눈 하나를 어울러서 뺨까지 대패로 깎은 듯하고 따라서 눈알이 껍질이 벗겨져서 툭 불그러졌다. 그래 한 눈이 유달리 크므로 다른 한쪽은 또한 몹시 작아 보인다. 거기다가 곰보요 머리는 쥐가 뜯은 것처럼 군데군데 났다.-본문 중에서

소낙비

김유정 | 올벗 | 1,000원 구매
0 0 406 6 0 16 2018-09-16
아랫도리를 단 외겹으로 두른 낡은 치맛자락은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기어 걸음을 방해하였다. 땀에 불은 종아리는 거친 숲에 긁혀매어 그 쓰라림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무거운 흙 내는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른다. 그러나 삶에 발버둥치는 순진한 그의 머리는 아무 불평도 일지 않았다. 나뭇잎에서 빗방울은 뚝뚝 떨어지며 그의 뺨을 흘러 젖가슴으로 스며든다. 바람은 지날 적마다 냉기와 함께 굵은 빗발을 몸에 들이친다. -본문 중에서

낙옆을 태우면서

이효석 | 올벗 | 1,000원 구매
0 0 432 5 0 40 2018-09-12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깨금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낙엽을 태우면서... 그러나 그대가 잠든 얼굴이라면 아무리 들여다보더라도 이쪽이 피곤해질 리는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대는 그대의 민첩한 영혼을 감아 버린 눈 속에 잠깐 간직해 둔 까닭이다. -스크린의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물레방아

나도향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83 6 0 27 2017-07-01
마을에서 가장 부자이며 세력이 있는 신치규는 자기 집 막실살이를 하며 그의 땅을 경작하는 이방원의 아내에게 눈독을 들인다. 물레방앗간으로 불러내어 아들 하나만 낳아주면 호강시켜 주겠다고 하자, 가난에 지치고 윤리의식이 박약한 여자는 신치규와 함께 정을 통한다. 사흘 뒤 신치규가 이방원에게 자기 집에서 나가 달라고 통보하자 격분하여 술을 마시고 온다. 두 사람이 물레방앗간에서 같이 나오는 것을 목격한 이방원은 사태를 알아차리고 부부싸움을 한다. 이때 그는 자신의 아내를 감싸는 신치규를 심하게 구타한다. 이방원은 상해죄로 구속되어 석 달간 복역하게 되고 석달 뒤 출감한 이방원은 밤중에 신치규와 아내가 사는 집을 찾아간다. 이방원은 아내에게 같이 도망가자고 애원했으나 거부당하자..

미스터 방

채만식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98 6 0 32 2017-07-01
「미스터 방」은 1946년 7월 잡지 『대조』에 발표된 작품이다. 해방기는 조선인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미국이 출현하게 된 시기이다. 서울에서 신기료장수로 보잘 것 없던 주인공 방삼복이 상해에서 잠깐 익힌 영어 덕분에 미군 장교 s 소위의 통역이 되면서 권세를 잡는다. 우연히 고향 사람 백 주사를 만나게 되는데 일제강점기 경찰 생활을 한 아들 덕택에 고리대금으로 많은 돈을 번 친일파 백 주사는 광복 후 군중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쳐 온 사정을 토로하며 방삼복에게 고개를 숙이고 복수를 청탁한다. 백 주사의 청탁을 들어 주겠다고 장담한다. 일제강점기 호의호식하던 친일파가 주인공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탁하는 혼란한 사회 상황을 풍자하며, ‘통역정치' 폐해의 심..

치숙

채만식 | 올벗 | 1,000원 구매
0 0 451 5 0 47 2017-07-01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무지한 조카의 눈에 비친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옥살이 5년을 하고 폐병에 걸린 오촌 고모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화자인 나는 소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으나, 현실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나는 아저씨가 경제학을 공부했다면 이제는 정신 차리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저씨는 아주머니에 대한 은혜 갚을 생각은 뒷전인 채 병이 나으면 또다시 사회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아저씨는 도리어 내가 일본인 주인의 눈에 들어 일본 여자에게 장가들어 잘살아 보겠다는 나를 딱하다고 하는 입장이니, 나에게 있어서 아저씨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참 한심한 인물이다. 소설은 나란 인물이 아저씨를 비난하..

이효석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53 13 0 12 2017-07-12
1936년 『신동아』2·3월호에 발표되었다. 시적인 문체와 세련된 언어,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주인공 ‘나’는 인위적 세계를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면서 본능적 생활에 기쁨을 느낀다. *본문 중에서* 초록은 흙빛보다 찬란하고 눈빛보다 복잡하다. 눈이 보얗게 깔렸을 때에는 흰빛과 능금나무의 자줏빛과 그림자의 옥색 빛밖에는 없어 단순하기 옷 벗은 여인의 나체와 같은 것이―---봄은 옷 입고 치장한 여인이다. 흙빛에서 초록으로―---이 기막힌 신비에 다시 한번 놀라 볼 필요가 없을까. 땅은 어디서 어느 때 그렇게 많은 물감을 먹었기에 봄이 되면 한꺼번에 그것을 이렇게 지천으로 뱉어 놓을까.

이효석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19 7 0 18 2017-07-12
1936년 《삼천리》에 발표된 이효석의 빼어난 단편소설 중의 하나이다. 향토적인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자족하는 인간의 모습을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하였다. *본문 중에서* 하늘의 별이 와르르 얼굴 위에 쏟아질 듯싶게 가까웠다 멀어졌다 한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세는 동안에 중실은 제 몸이 스스로 별이 됨을 느꼈다.

땡볕

김유정 | 올벗 | 1,000원 구매
0 0 233 6 0 15 2018-09-12
바람기 한 점 없는 거리는 그대로 타붙었고, 그 위의 모래만 이글이글 달아 간다. 하늘을 쳐다보았으나 좀체로 비맛은 못 볼 듯싶어 바상바상한 입맛을 다시고 섰을 때 별안간 댕댕 소리와 함께 발등에 물을 뿌리고 물차가 지나가니 그는 비로소 산 듯이 정신기가 반짝난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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