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도리를 단 외겹으로 두른 낡은 치맛자락은 다리로, 허리로 척척 엉기어 걸음을 방해하였다. 땀에 불은 종아리는 거친 숲에 긁혀매어 그 쓰라림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무거운 흙 내는 숨이 탁탁 막히도록 가슴을 찌른다. 그러나 삶에 발버둥치는 순진한 그의 머리는 아무 불평도 일지 않았다. 나뭇잎에서 빗방울은 뚝뚝 떨어지며 그의 뺨을 흘러 젖가슴으로 스며든다. 바람은 지날 적마다 냉기와 함께 굵은 빗발을 몸에 들이친다. -본문 중에서
김유정 (1908.1.11~1937.3.29)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휘문고보(徽文高普)를 거쳐 연희전문(延禧專門) 문과를 중퇴하고, 한때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금광에 몰두하기도 했다.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중외일보(中外日報)》에 각각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후 각별한 교우로 지내게 된 이상을 만나게 되었다.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29세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불과 2년 동안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만큼 문학적 정열은 남달리 왕성했다.
경춘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한국철도 최초로 인물명을 딴 김유정역이 있으며, 인근에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역 앞 실레마을이 그의 고향이고, 소설 대부분이 실레마을을 무대로 삼고 있다.